유방암이 3년 만에 재발한 엄마는 다시 한번 항암을 시작해야 했다. 이번에는 4번째. 항암 약물의 부작용은 근육통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실제 엄마는 항암을 견디는 동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는 그래도 씩씩하게 잘 견디셨고, 드디어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암이 모두 사라졌는지 확인해 보는 MRI 촬영이 남았었다. 그리고 상피 부근에 0.6cm 크기의 미세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항암을 했는데 그 사이 더 강력한 암세포가 나타난 것일까? 의사는 암일 가능성도 있지만 단순 염증 결절일 가능성도 있다며 아산 병원에 가서 조직 검사를 해볼 것을 권했다. 어려운 항암을 두 번이나 견딘 엄마에게 0.6cm 미확인 물질이 왜 나왔을까. 항암이 효과가 없었던 것이라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가족은 각자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가 없었고, 엄마에게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앞으로 암을 없앨 다른 옵션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엄마는 약간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린 하나님께서 엄마를 지켜주시리라는 굳은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산 병원에 가서 검사한 후 일주일 뒤.. 정말 기적(기적같았다) 처럼 그 미확인 물질은 암이 아니라 단순 염증 결절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합니다. 의사의 그 말 한마디를 듣고, 우리가 얼마나 안도했는지.. 평소 병원 검사를 모두 끝마친 뒤 전화로 이야기해 주셨던 엄마는 이날만큼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연락해서 알려주셨다. 떨리고 기쁜 목소리로 "엄마, 암이 아니래"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 아.. 우리 이제 암을 치료하고 걱정해야 하는 때가 아니라, 항암이 끝난 뒤 관리 하는 시기로 돌아왔구나. ㅎㅎ 새삼 마음이 어찌나 편안하던지, 엄마도 , 나도, 동생도, 아빠도 마냥 행복했다. 그렇다고 엄마의 암이 완치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암을 찾아볼 수 없는 관해 상태이며 앞으로 주의 조심하며 지켜봐야 하는 단계다. 그래도 지금은 계단 하나를 올라왔다는 생각에 기쁘다.
또 하나 일상의 더 없는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건강이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건강할 때에는 잘 모른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이든 누구든, 옆에 있는 사람과 남들이 할 만한 소소한 걱정을 털어놓으며 푸념하는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마음 속에 짐을 갖지 않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때로는 지금 우리가 소중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 아니면 너무 평범해서 지루하고, 심심하다는 그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인생의 파고를 넘어, 평범한 지금에 이르렀다는 어르신의 말씀은 알고 보니 파고 보다 평범에 가치가 있었다. 나는 엄마의 아픔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찌보면 제일 어려운 것이라는 어른 말씀이 이제 이해가 간다.
오늘 하루 큰 탈 없이 평범하게, 가족과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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